책을 읽기 전에!
어렸을 때부터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화를 내거나 우는 모습을 보이면 '거울을 한번 봐봐. 지금 네 얼굴이 얼마나 못난지!' 라는 말도 한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게 되었다. 특히나 여자애들은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여자애들과 똑같아지고자 한다. 이들 사이에서 경쟁과 다툼은 간접적으로만 드러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화를 내고 분노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 화를 표출할 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직접적인 갈등을 피하고, 불평하는 방법으로 '뒷담화'와 '따돌리기'가 가장 대표적인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별다른 소득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갈등을 해결하고자 할 때는 화를 건설적으로 사용하는 논쟁이 반드시 필요하다. 화내는 사람은 사실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다.
뭔가 짜증은 나는데
화낼 정도는 아닌 것 같고...
1. 게오르크와 수잔네는 부부다. 게오르크는 아주 사소한 일들로 부인인 수잔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세탁된 자기 옷을 옷장에 정리해 넣지 않거나, 연장이니 만들다 만 물건 따위를 거실에 늘어놓고 치우지 않는 일들 그런 사소한 일들 말이다. 수잔네는 '바가지 긁는 여편네'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2. 그러다 게오르크가 또 다시 사소한 부주의(시내에서 돌아올 때 우편봉투를 사다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깜빡 잊은 일)를 저지른 날, 수잔네는 쌓였던 것을 한꺼번에 터뜨리고 만다. 게오르크는 고작 우편봉투 몇 장 잊어버린 일로 아내가 법석을 떤다고 생각하고 성을 냈다.
3. 이날의 화는 쿠폰 북에 붙일 마지막 쿠폰이나 마찬가지였다. 쿠폰 북을 채움으로써 쌓이고 쌓인 화를 남편에게 쏟아부을 도덕적 정당성을 얻었다고 느낀 것이다.
어쩐지 수잔네의 마음이 엄청나게 이해간다. 나도 이러한 쿠폰 북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 나뿐만이 아닐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오르크의 당황스러운 마음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게오르크의 입장에서 수잔네는 수동적 공격성을 지닌 사람이다. 수동적 공격성을 지닌 사람은 갈등을 피하려고 한다. 이들은 화를 수용하지 않는다. '화를 내면 사람들이 날 싫어해', '화를 내는 건 용납되지 않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내면에는 화가 억눌러져 있다. 수용되지 않은 화는 타인에 대한 존중 결여, 소홀함, 약속 잊기, 침묵 등으로 나타난다. '참을만큼 참았어' 라는 말이 갑자기 비겁하게 느껴진다.
여자의 눈물은 무기다?
1. 일부 여성은 거부당하거나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꿋꿋이 버티거나 스스로를 옹호하는 대신 눈물로 반응한다. 의도적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도 눈물은 흔히 상대방에게 죄책감을 유발한다. 상대방이 연민이나 죄책감에 휩싸인 나머지 당사자인 여성을 진정시키고 위로하기 위해 양보할 때도 있지만, 이는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2. 화와 분노, 공격성을 인지하고 허용하되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은폐하는 도돌이표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눈물은 짧게 보면 갈등을 해결하는 편리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는 말이 있다. '이걸 무기로 사용해야지!' 하고 의도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여성보다는, 평소에 화를 잘 표현하지 못해서 먼저 눈물이 주륵 흐르는 여성이 더 많을 것 같다. 일단 내가 후자 쪽에 속하기 때문이다. 길게 보자면 이 방식은 스스로를 약하게 만들 뿐이다. 눈물을 흘리면 상대방의 동정심을 이용해 갈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는 자아가치감 강화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우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보통 자연스레 위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내키지 않더라도 위로해줘야 한다는 불편한 압박감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위로 받고, 그게 끝이다.
분노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1. '분노편지'를 쓰는 방법을 제안한다.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다만 이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당사자에게 편지를 발송하지 않아도 된다. 편지의 쓰임새는 그저 누적되고 억눌렸던 분노를 표현하고 끄집어내는 데 있다. '내적인 정화'가 목적인 셈이다.
2.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표출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욕구가 언제나 즉각 충족될 수는 없다는 사실도 배워야 한다. 실망감을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3. 평소에 사소한 비하 또는 신랄한 말을 조금 더 자주 내뱉어도 괜찮다.
화가 난다고, 그리고 그걸 표현해야 한다고 마구 화를 낸다면 분노조절장애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분노를 조절하고 비폭력적인 갈등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성숙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자기 내면의 증오심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생각과 감정을 허용하고 잠시 기다리면 그 이면에 어떤 상처와 실망이 숨어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화의 진짜 원인인 실망과 상처, 그 뒤에 숨은 욕구까지 알아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화는 내 안에서 시작되었다. 오롯이 나의 감정이다. 남부터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내가 왜 화가 났는지를 아래와 같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
1. 나의 욕구가 상대방에 의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2. 이를 포기하거나 미뤄둬도 괜찮은지? 혹은 그래야만 하는 상황은 아닌지?
3-1. 포기한다.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포기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진다. 욕구를 포기해야 함을 아쉬워하되, 나와 상대방 양쪽 모두에게 적당한 다른 길이 있는지 살펴본다.
3-2. 당장 욕구를 충족한다. 그들의 협조를 즉각 얻지 못하더라도 지금은 나의 욕구를 옹호하는 게 우선이다. 사실 분노는 타인을 망가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분노는 흔히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 관해, 그리고 자신의 욕구와 상처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 분노가 타인이 악하다는 증거로 쓰이는 게 아님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내가 우선이다. 다만, 나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된 상대방에게 연민을 품어주는 정도는 괜찮을지도!
화를 내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들어주는 사람도 상대방의 분노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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