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일기

힘든 일이 있으면 꼭 털어 놓는 게 좋은 걸까

송희 songhi 2022. 3. 9. 02:58

하지만 세상엔 '말 못할 비밀' 이란 게 있다
말 못할 이유라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라던가
부끄러운 일이라던가
말할 사람이 없어서라던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상대를
신경 쓰는 게 가장 큰 이유 같다

누군가 나를 신경써주고
걱정해주는 게
못 견디겠다
차라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나 혼자 스스로 품고 살면 되겠지
라고 늘 생각했다

원래 성격이 어렸을 때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꾹 참았고
뭐든 혼자서 해내는 아이로 보이고 싶었고
나의 슬픔으로 인해 상대가 슬퍼하는 걸 보는 게
너무 너무 너무 싫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혼자서
감당 가능한 정도의 힘듦이였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가
정신적으로 너무나 괴로웠던 시기였는데
나는 그걸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몰랐다
이것도 혼자 품고 나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버티다가
마음의 상처를 몸에 새기기 시작했고
(사실 누군가 알아주길 원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나온 결과인 것 같기도 하다)
잘 숨겨왔지만 어찌저찌 해서 들킨 나는
학교에서부터 집까지 주변 어른들한테
엄청나게 기분 나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걱정이였겠지
근데 나는 그 관심이
너무 싫고 도망가고 싶고
기분 나쁘고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 분들이 나에게 건넨 손길에
가시가 돋아있던 것처럼 아팠고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기억을 계기로
더더욱 주변 사람들에게
힘든 일이 있어도 티 내지 말고
말하지 말아야지라고
나도 모르는 새에 다짐하게 된 것 같다

근데 나도 사람인지라
언제까지고 가면쓰고 살 순 없었나보다
가끔 너무 힘들고 우울할 때면
누군가한테 그냥 다 털어놓고 싶어지는 밤이
자주 찾아오기 시작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봤다

일기를 썼는데
엄마가 찾아서 읽어버렸다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많이 의지했다
좋은 점도 분명 많았지만
서로에게 독이 되는 점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친구 한 명에게
내 모든 걸 의지하려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갈 곳 잃은
나의 말 못할 비밀은
쌓이고 쌓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지게 될 지도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혼자 괴로워하는 동안에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싶다

거기서 시작된 질문이
힘든 일이 있으면 꼭 털어 놓는 게 좋은 걸까?
라는 질문인 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뭘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태연히 받아들여줄 수 있는
그런 관계의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같이 힘들어 해주는 게 아니라
(아마 나에겐 역효과인 반응)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정도로
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나 스스로도
바보같이 혼자 끙끙대지말고
그리고 이상한 걸로
끙끙대지않도록...

새벽의 나는 그런
건강한 내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다시 한번 자아성찰을 해본다
힘내자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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